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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정리

(서울여행) 사도세자 이야기가 서린 창경궁에 가다

by 정리하는 남자 2020. 5. 9.

조선왕조의 수도였던 서울에 궁궐은 다섯 개가 있습니다. 모든 궁궐이 아름답고 고유의 가치가 있지만, 제가 제일 즐겨찾는 궁궐은 바로 창경궁입니다. 그 이유는 창경궁에 슬픈 역사가 서려있기 때문이에요. 

 

창경궁은 경복궁, 창덕궁에 이어 세번째로 지어진 조선시대 궁궐이에요. 경복궁이 건국 초기부터 사용된 법궁이고, 창덕궁이 보조 궁궐이라면, 창경궁은 성종 임금께서 왕실의 웃어른들을 모시기 위한 궁궐이에요. 

 

창경궁은 혜화역 4번출구에서 걸어서 약 12분 거리에 있어요. 

 

창경궁 주차장이 있긴 한데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을것 같아요. 

창경궁 관람요금은 일반요금은 1천원이에요. 만 24세 이하, 만 65세 이상 경로, 장애인, 국가유공자, 한복착용자, 현역군인 등은 무료입장이니 참고하세요!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입니다. 조선시대에 왕이 백성을 만나는 일은 흔치 않았는데요. 이 홍화문 앞에서는 영조가 균역법에 대한 찬반 여부를 백성에게 직접 물었고, 정도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기념하여 백성에게 손수 쌀을 나누어주며 기쁨을 함께 했다네요. 

 

홍화문을 들어서면 현재 공사중인 명정문이 나타납니다. 

원래는 이 명정문을 통해 명정전으로 들어가야하는데요, 저는 왼쪽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왼쪽 문으로 들어가면 넓은 풀밭이 펼쳐져요. 이곳이 궁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여유로운 분위기인데요. 

옛날에는 아마 이곳이 다 궁궐이었겠죠? 일제 강점기에 일본놈들이 많은 조선 궁궐 건물들을 훼손시키고 없앴다고 합니다. 녹지를 구경하고 있는데 희한하게 생긴 나무를 발견했어요. 

줄기가 비틀리고 속이 죽은 것처럼 텅 비어있더라고요. 다가가서 설명표지를 보았습니다. 

이 나무는 회화나무인데요. 영조 38년,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역사를 같이한 오래된 나무입니다. 사도세자의 슬픈 소식을 듣고 가슴이 너무 아파 줄기가 비틀리고 속이 완전히 빈 것이라는 전설이 내려오네요. 


그렇습니다. 창경궁에 서린 첫번째 슬픈 역사는 바로 사도세자 이야기입니다.


영조가 늦게 얻은 아들인 사도세자는 어릴때에 총명하여 주위의 큰 관심과 기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학문에 대한 관심보다 무인의 기질이 강했던 사도세자는 아버지인 영조의 바람과 다르게 성장하며 갈등이 생겼습니다. 영조의 압박 속에 사도세자의 스트레스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정신질환에 걸리게 됩니다. 사도세자에게 궁인까지 죽이는 일이 생기고 영조는 끝내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고 어떤 음식도 주지 말라는 엄명을 내립니다. 

명정전 뒷편과 연결되어 있는 문정전 앞이 바로 뒤주가 놓여있던 장소입니다. 문정전은 임금이 신하들과 회의를 열고 국가정책의 의견을 나누던 편전(집무실)이었습니다. 사도세자의 비극이 서린 장소여서 그런지 편전이지만 왕실의 혼전(신주를 모시는 곳)으로 자주 쓰였다고 하네요. 

 

사도세자는 뒤주에 갇힌채 9일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조선 왕실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 바로 창경궁 문정전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참 씁쓸하고 슬프지요.

 

문정전을 뒤로하고 다른 곳도 돌아보았습니다. 

이곳이 바로 명정전입니다. 밝게 정치를 하는 건물이란 뜻의 명정전은 현재 남아있는 조선시대 궁궐의 전각 중 가장 오래된 것인데요. 성종 때 건립되어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광해군 때 복원하여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어요. 

 

명정전 뒤쪽으로 가면 숭문당이 나옵니다. 숭문당은 독서하거나 국사를 논하던 곳이에요. 분위기가 고즈넉하고 참 좋죠?

숭문당 옆에 이곳을 통과하면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요. 오른쪽으로 함인정과 환경전, 통명전 등의 건물이 나타납니다. 

통명전 마루에 몇몇 시민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네요. 왕비의 침전인 통명전은 내전의 중심공간으로 딱 보기에도 규모가 크죠? 뒷뜰에는 꽃계단도 있어서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요. 장희빈이 통명전 일대에 흉물을 묻어 인현왕후를 저주하다가 사약을 받은 이야기가 유명해요. 

 

통명전 뒤쪽으로 숲길이 우거져있는데요. 그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춘당지라는 호수가 나와요. 춘당지 주위에 꽃도 피고, 물 안에는 잉어가 뻐끔뻐끔 거리고 있어요.  


창경궁에 서린 두번째 이야기는 여기서 다시 시작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춘당지 자리에 원래 내농포라는 논이 있었대요. 백성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왕이 그 논에서 직접 농사를 지었는데요. 일제가 이를 파헤쳐서 큰 연못을 만들고 공원을 조성했습니다. 춘당지를 끼고 돌면 궁궐과 잘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건물이 나와요. 그 건물은 대온실입니다. 

대온실은 1909년 건축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에요. 온통 유리로 덮여있는 식물원입니다. 일제는 1907년, 순종이 창덕궁으로 옮겨온 것과 때를 맞추어 창경궁의 전각들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909년에는 궁궐을 일반인에게 개방해버려요. 왕이 업무를 보던 엄숙하고 존엄한 공간은, 온갖 지저분하고 잡스러운 동물들이 사는 창경원이 되어버립니다. 일제가 우리나라의 존엄적인 공간을 완전히 무시해버린거죠. 참으로 슬픈일입니다. 

 

그렇게 수십년 동안 창경원으로 머물러있던 공간이 1983년 창경궁으로 환원되었고, 복원공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창경궁은 공원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자주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경복궁이 좀 엄숙한 공간이라면, 창경궁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공간이랄까. 그래도 비극적인 역사를 절대로 잊으면 안되겠죠!

 

그래서 전 외국인 친구들이 서울을 방문하면, 가볼만한 곳으로 창경궁에 같이 가요. 이런 슬픈 역사를 설명해주면, 외국인 친구들이 흥미로워하더라고요. 궁궐도 넓지 않고 나무가 많아서 힐링하기에도 딱 좋습니다. 제가 간 날에는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하러 온 연인들이 많았어요. 

코로나가 주춤하는가 싶더니 다시 좀 퍼지고 있네요. 마스크 쓰고 창경궁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상, 서울여행코스, 서울 가볼만한곳 추천 장소인 창경궁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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